시선이 만든 세계 World by Gaze / Dec 12 - Feb 28.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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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640회 작성일 24-03-02 13:04본문
윤종석 개인전
시선이 만든 세계
World by Gaze
Dec 12 - Feb 28. 2026
■전시소개
세계는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우리가 바라보는 방식에 따라 끊임없이 구성된다. 같은 풍경이라도 관찰자의 위치와 이동, 감정과 기억, 관점에 따라 전혀 다른 세계로 인식된다. 보는 행위는 단순한 감각적 수용이 아니라 세계를 재편하는 적극적 구성 과정이다. 렌즈의 선택, 프레이밍, 거리, 초점처럼 시선을 형성하는 모든 요소는 세계의 형태를 결정하며, 이 시선에는 개인의 경험과 가치관, 문화적 배경이 스며 있다. 예술에서 시선은 작가가 세계와 관계를 맺는 방식이자 새로운 세계를 생성하는 힘이며, 관객 역시 각자의 시선으로 또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낸다. 결국, 세계는 단일한 실체가 아니라, 다층적인 시선들이 교차하며 드러나는 존재 양태이다.
윤종석은 2023년 5월, 직접 개조한 차량으로 296일간 유라시아를 횡단하는 여정을 시작했다. 이 이동의 시간은 그의 작업 세계에 근본적 전환을 불러왔다. 특정 형식과 조형적·사회적 문제에 집중하던 이전 회화가, 이후에는 이동하는 신체와 지속되는 응시, 그리고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지각의 구조와 조건을 탐구하는 방향으로 확장된다.
이번 개인전〈시선이 만든 세계〉에서 윤종석의 회화는 여행이라는 경험적 조건에서 출발하지만, 그 귀결은 특정 장소나 풍경의 재현에 머물지 않는다. 그의 작업은 자연을 모티프로 삼되, 이를 외부에 고정된 대상으로 제시하지 않는다. 화면 위에 나타나는 색 면과 층위, 경계들은 구체적 지형을 지시하기보다, 자연과 마주한 순간 발생하는 지각의 과정을 가시화한다. 이는 모리스 메를로-퐁티 (Maurice Merleau-Ponty, 1908-1961) 말한 ‘보이는 것과 보는 것의 상호침투’라는 현상학적 사유와 맞닿아 있다. 윤종석의 회화에서 세계는 외부에 주어진 대상이 아니라, 시선과 몸의 움직임 속에서 끊임없이 생성된다.
그의 색채는 이러한 지각 중심적 태도를 가장 분명하게 드러낸다. 윤종석의 색은 대상의 고유색을 재현하지도, 특정 감정의 상징으로 환원되지도 않는다. 색은 화면 위에서 중첩되고 간섭하며 층위를 이루고, 그 자체로 공간적 깊이와 시간성을 형성한다. 여행 중 마주한 풍경은 하나의 장면으로 고정되지 않으며, 이동과 체류, 반복되는 응시 속에서 다층적으로 인식된다. 윤종석의 회화는 이러한 인식 구조를 색채의 층위로 전환하며, 색은 경험의 흔적이자 기억의 잔여로 화면 위에 남는다.
또한 그의 회화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수평적 구성과 완만한 곡선, 때로는 날카롭게 단절되는 경계들은 전통적 풍경화가 전제해온 안정적 공간 개념을 해체한다. 화면은 단일한 원근법적 공간이 아니라, 서로 다른 시점과 감각의 단편들이 병치 되며 작동하는 하나의 장(field)이다. 이러한 구성은 고정된 관찰자의 시선을 무효화하고, 이동하는 주체로서의 시선을 전면에 드러낸다. 결과적으로 윤종석의 풍경은 정지된 ‘보이는 것’이 아니라, 이동 속에서 끊임없이 생성되고 현현되는 지각의 장으로 펼쳐진다.
윤종석의 작업은 추상회화의 전통적 맥락 속에서도 독자적 의미를 형성한다. 그의 회화는 자연을 참조하면서도 형상적 단서를 제거함으로써, 추상이 자연으로부터 단절된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오히려 추상은 감각, 시간, 지각이라는 보다 근본적 차원에서 자연 경험을 재구성하는 방식이 된다. 이는 후기 색면추상이나 서정적 추상과 구별되는 지점으로, 그의 회화가 단순한 미적 경험을 넘어 인식론적 사유를 담고 있음을 드러낸다.
〈시선이 만든 세계〉에서 제시되는 세계는 어쩌면 결코 완결된 풍경이 아닐지도 모른다. 한 차례 작가의 시선으로 구성된 뒤, 관객의 시선을 통해 다시 재구성되는 열린 구조를 지닌다. 관객은 작품 앞에서 특정 이미지를 단순히 해독하기보다, 색과 구조를 따라 자신의 감각을 이동시키며 또 다른 풍경을 체험한다. 이때 회화는 더 이상 단순한 대상이 아니라, 지각과 세계가 현현되는 장으로 펼쳐진다.
윤종석의 회화는 묻는다. 우리가 세계를 본다고 믿는 순간, 그 세계는 이미 시선 속에서 구성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작품은 자연을 재현하는 대신, 자연을 바라보는 인간의 존재 조건을 탐구한다. 이동하는 몸, 지속되는 응시, 기억이 축적되는 시간?이 모든 지각의 과정이 회화 속 구조로 현현된다.
회화는 더 이상 세계를 단순히 재현하지 않는다. 오히려 스스로 생성되는 조건을 드러내는 장으로 작동하며,〈시선이 만든 세계〉는 회화가 여전히 감각과 경험을 사유하는 유효한 매체임을 증명한다.
■작가 소개
윤종석
한남대학교 미술교육과 학사
한남대학교 미술학과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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