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2022 <衆心 / 중심 / The collective heart> 이철량 개인전 / 2025.2.8. - 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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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446회 작성일 24-03-02 13:04본문
衆心 / 중심 / The collective heart
이철량 개인전 Lee Cheol Ryang Solo Exhibition
■전시소개
衆心 / 중심 / The collective heart
한리안
衆心(중심 - The collective heart)은 ‘뭇사람의 마음’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번 신작들을 마주하며 여러 사람의 마음이 완성을 이룬다는 뜻으로, 여러 사람의 마음이 하나로 단결하면 성처럼 굳어짐을 의미하는‘ 중심성성 (衆心成城) ’사자성어를 생각했다. 이철량 작가는 “또 다른 본성 <Another nature>은 내가 숨 쉬는 공간이며 또한, 우리가 모두 생존의 의미를 찾아 나서는 곳이다. 또한, 우리 삶의 기반이기도 하다. 우리 모두는 이 도시에서 행복을 꿈꾸며 나아가 더 큰 이상을 실현하고자 하고 있다. 그리고 “먹빛을 통해 또 다른 모습으로 태어나야 하는 것이 지금 나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일이 되고 말았다.”라고 정의하였다.
신작 ‘Another nature’은 독자적 표현과 현대적 감성으로 인간과 자연, 그리고 새로운 이상 세계를 먹(墨)의 정신과 미학이 작품을 통해 ‘중심성성 (衆心成城)’으로 작가는 수행하고 있다.
현대미술에서 한국화의 위기가 거론되는 이 시점에서 새로운 형상과 독창적인 화풍으로 한국화의 수묵 정신을 담아낸 이번 전시는 현대 한국화를 다시 모색할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이다.
박천남
독립 큐레이터, 비평가
빼곡하다. 이철량의 화면은 촘촘하게 내리 ‘그은’ 개별자들의 집합적 몸짓이자, 일관된 호흡으로 ‘그려낸’ 아우성으로 가득하다. 붓을 들어 쓰고 그린 결과인 그의 화면은 단선(單線)으로 환원한 인간 형상군(形象群)이자 서체적 일 획으로 응축하여 강조한 세상사, 마치 작금의 혼돈 속에 마음을 걷잡으려는 작가의 의지이자 바람으로 보인다.
이런저런 세상 이야기를 자연사물의 물상(物象)과 특유의 사물시선을 통해 담아온 이철량의 수많은 필획이 작금의 푸석한 세상사를 예의 간질이고 있다. 한 땀 한 땀 그리고 써나간 작가의 정신적, 신체적 행위가 자연 본연의 이치를 거스르지 않으려는 듯 화면 가득 중력을 따라 흐르고 맺힌다. 스스로에게 가하는 언표(言表)이자 회화적 언표행위다.
그림이자 쓰는 행위인 이번 이철량의 작업은 도도한 역사적 흐름과 현재적 시공을 특유의 언어기호 형식으로 변환한다. 사람을 모티프로 세상의 모든 세속적 주름과 표정을 빚어내거나, 이른바 엄격유연한 단선준(單線皴)을 통해 이런저런 세태와 희로애락의 양태를 현재적 시점으로 드러내고 있다. 마치 하늘에서 내려다 본 듯 부감의 시점으로 담아낸, 분연히 떨쳐 일어나 한 방향으로 달려 나가는 사람들의 움직임은 지난 역사가 남긴 민초들의 가쁜 숨의 집적이며 솟구쳐 오르는 작금의 현재 진행형 미래적 얼룩으로 이해된다.
긋고 새기기를 수 없이 반복하는 이철량의 수행적 행위는 수많은 역사적 사건과 시간을 현재적 가능성의 시공으로 변환, 증거하며 견고한 사각의 캔버스에 고고학적 미래라는 비신체적 비전을 제시한다. 조형적 미감을 강조한 유연한 선, 유려한 획이 아니라 직선적 고갱이로 처리한 것은 예의 빳빳하게 상기한 주권자 저마다의 시민의식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학습된 명암순응적 묘사가 아니라 은폐된 무언가를 벗겨내듯 지우고 그리면서 마음 깊은 곳에서 밀고 올라오는 반성적 기운을 화면에 반복적으로 새긴 이유일 것이다.
단호하고 엄격한 호흡으로 조율한 이철량의 화면은 옹성(甕城)과도 같은 단단한 껍질로 무장한 세상권력의 속살과 실상을 끊어내듯 한 땀 한 땀 힘주어 긁어내고 새긴 작가의 신체적 행위의 집적이자 총체적 결과로 이해된다. 군중의 외침과 공명은 표면의 까슬한 질감을 비집고 화면 가득한 존재율을 따라 흘러내린다. 무채색을 주조로 하되 활활 타오르는 공간이다. 일견 차가우면서도 따뜻하다. 경질과 연질의 감정이 혼융된 느낌이다. 화면 속 사람이 꿈틀거리고 있음이다. 이철량의 작업에는 사람이 숨 쉬고 있다. 사람의 호흡, 따뜻한 체온이 화면 구석구석 자리하고 있다.
이철량은 최근 점(點)으로 이어가던 세상사를 획(劃)으로 대체하고 있다. 화면 가득 흐르듯 단단한 질감과 함께 엄격한 기운이 감도는 그의 화면은 유기적인 붓의 운용을 중심으로 한 기존 화면과는 다른 호흡을 보인다. 다만 분리되지 않은 집적의 효과를 이어가고 있다. 분리라기보다는 분절되어 보이지만 연결된 상태의 병렬태로 드러낸다. 사람들이 나란히 병치된 평등과 등가의 공존 양태로 등장한다. 서로 어깨를 걸고 분연히 떨치는 기운의 집합이 그것이다. 빼곡한 호흡의 전면적(全面的) 구성을 펼쳐 보이고 있지만 이철량의 작업은 리드미컬한 필획의 짜임새, 즉 간가결구(間架結構)를 매력적으로 놓치지 않고 있다.
또 한 가지 주목할 만한 것은 최근 이철량이 먹이 모필을 타고 종이와 만나는 수묵의 현상학적 심리지형을 구조적으로 뒤집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오랜 시간 지필묵을 고집해온 작가가 모필이 주는 익숙함과 편리함으로부터 한 발짝 떨어져 자신의 작업관성을 반성적으로 돌아보려는 의도로 보인다. 조형적으로 무리한 일반화를 시도하거나 일반화 과정에서 파생할 수 있는 오류의 여지를 허락하지 않았던 작가의 지난 작업과는 사뭇 다른 점이다. 출품작 대부분이 유화의 기본 재료 중 하나인 흰색의 젯소를 검은 먹과 섞어 일견 시멘트 질감을 창출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지적, 반성적 태도로부터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시에서 이철량은 지난 개인전에서 선보인 뭉클한 묵점(墨點)에 이어 단선으로 인간세상을 압축, 표상한 신작 20여점을 선보인다. 전환의 시대. 이철량은 역사와 현실을 정열적이고 격하게 탐하기보다는 담담하게 그리고 내리긋고 있다. 기록하고 있다. 그려졌거나 쓰여진 기록으로서의 회화다. 무념무상의 경지에 닿아 있는 듯 수행하듯 내리긋는 작가의 마음을 헤아려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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